포닥 끝나고도 몇년간은 실험실 자리를 정리하지 못했다. 짐이 산더미라 엄두가 안생긴다는 핑계로 한참을 미루다가 개인연구실이 생기면서 짐을 옮겼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특히 연구하는 사람들은 뭔가 안정적으로 논문을 쓰고 고민하는 조용한 장소가 필요하다. 논문을 읽을 때에는 카페도 좋지만, 각잡고 통계돌리고 논문 쓸 때는 이것저것 자료들도 펼쳐야하고 듀얼 모니터도 필수이기 때문이다.
첫 연구실은 위워크였다.
(사실 여기가 너무 하이레벨이라서 아직도 이만큼 좋은 사무실은 본 적이 없다. 그만큼 비싸기도 하다.)
프리랜서 연구원으로 제약회사나 병원 연구를 하던때라서, 미팅하러 오는 분들의 주차가 편한 곳으로 정해졌다.
적절히 어두운 조명과 높은 천장이
미국에서 포닥연구하던 시절 스튜디오를 생각나게 한다. 통계를 돌리고, 돌리고, 돌리려면, 역시 이런 조명이 최고다. 잊기 전에 보스턴시절도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절 위워크에서 최고의 기억은 머니머니해도 폴바셋 커피머신이다.
정말 이거 마시려고, 쉬는날도 출근하고 싶었다.
커피머신을 불신하며 살았는데,
폴바셋 커피머신 덕분에 풍부한 향과 거품이 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멋진 위워크는 암진단과 함께 자연스럽게 퇴실하고, 1년 간 항암과 수술, 방사선 치료를 했다. 그리고 6개월 후, 다시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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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연구실은 스파크플러스이다.
(2021년부터 지금까지 이 연구실에 있다)
솔직히 이 곳은 집에서 걸어올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거리의 공유오피스이다.
그래서 첫번째 후보였고, 당장 입실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서 가격이 합리적이기 때문에 선택했다(위워크와 비교하면 비교도 안되는 가격이다. 그때는 3인실을 혼자쓰기도 했지만, 그 당시 1인실 가격을 생각해도 1.5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이 곳도 시설이 깨끗하고, 매우 좋다.
초반에는 지정석에 거의 사람이 없어서 혼자 드넓은 방은 쓰곤했는데, 이제는 제법 사람이 많아졌다.
여러 형태의 라운지 책상이나 바에서 논문을 읽거나 화상미팅을 할 수 있어서,
활용도가 좋은 공간이다.
회의실도 많아서 지난학기 줌강의도 무리없이 진행했다.
하지만, 위워크 폴바셋 커피머신이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가끔 연구실 3층의 루프탑카페에 올라가서 커피를 마신다.
(점심시간 해피아워 할인 최고!)
클라스카 커피랩에서 고소한 리우아몬드나 쌉싸름한 베를린 카카오를 한잔마시면,
논문이 더 잘 써질 것 같은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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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같이 눈오는 날의 연구실은 정말 운치있다. 야간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 힘들지만은 않게해준다.
이 정도면 학교 실험실을 떠나 개인연구실로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 같다.
이제 직장인이 되어 재택을 하거나 휴무일에만 이용하고 있지만, 올 때마다 연구하고 논문쓰기 정말 좋은 나만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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