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시절은 분명 처절하고, 조금은 찌질하고, 비극적인 순간이 많으나, 그만큼 눈물과 땀으로 이룬 '박사학위'는 분명 멋진 추억이자 경험, 그리고 커리어로 남는 것 같다.
실험실 시절에는 나인투나인, 아니 퇴근이 없는 생활을 했었다. 매주 토요일 8시 30분 랩미팅에서 모닝김밥을 먹고 체하지 않으려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어떻게든 한 가지 결과는 도출해야 했다. 세포실험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세포실험 결과를 매주 웨스턴까지 뽑아내려면 주말이고 머고 없다. 2년은 기숙사생활, 나머지는 원룸생활, 관악에서 20대가 지나가고 포닥하고 나니 30대 중반이었다.
을지로 위워크에서 성수동 스파크플러스로 연구실을 옮기고 나서는 출근길에 즐거운 해프닝이 많이 생긴다. 매주 새로운 팝업스토어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길에는 활기가 넘친다. 오늘은 꼬맹이 어린이집에 보내고, 여유있게 연구실로 출근하는 길에 한동안 궁금하던 공간에 카페가 오픈을 해서 들려보았다.
귀여운 굿즈들이 가득했다. 뭔가 디자인 관련된 회사가 만든 커피숍이라서 다양한 아이템들을 소개하고 있는 듯 했다.
오랜만에 보는 성냥 굿즈, 무료로 나눠주는 굿즈인데, 색상조합이 레트로하고 예쁘다. 장식소품으로 진열된 캐닝 굿즈도 TSRT 마크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보니, 직접 디자인해서 만들어진 것인듯 하다. 성냥은 너무 예뻐서 책상 티코스터 옆에 한동안 놓아두고 볼 것 같다.
오늘은 연구 관련 자료들 업로드해놓고, 내일 회사에 가져갈 통계데이터 검토를 마쳐야한다. 복잡한 일을 해야할수록 너무 가라앉기보다는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져야하는 것 같다. 연구실이 힘든 누군가가 있다면, 책상에 본인이 좋아하는 아이템을 몇 가지 가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 실험실에서는 한동안 2리터짜리 플라스크에 열대어와 새우를 기르는게 유행이었다. 박사 한명이 시작한 것이 여기저기 퍼져서 연구실 전체가 물고기 천지였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나름데로 기나긴 실험실 시간을 보낼 무언가를 항상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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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페는 머그컵도 색상조합이 너무 귀여워서 우리 꼬맹이를 핑계로 다음에 하나 사보는 것도 고민중이다! 연구실 있을 때부터 머그컵에 관심이 많았다. 책상에 두고 커피나 차를 마시다 보니, 어딜 가든 먼저 눈에 들어오는 아이템 중에 하나가 컵이다. 요즘에는 선물받은 스타벅스 텀블러와 컵들도 만족하고 있었는데, 이런 아이는 또 데려가고 싶어진다!
열쇠고리도 한개 사고 싶었으나, 만원 이상 구매하면 뽑기권을 이용해 받을 수 있는 굿즈라고해서 포기했다.
다음에 동료들과 함께 오면, 꼭 시도해봐야할 듯 하다!
연구실 시절에는 점심시간마다 학생식당, 특히 동원관에서 밥을 먹고 커피는 어디서 마실지 고민하는 것이 행복한 일과였다. 학부생들이 붐비는 점심시간을 피해 오픈런을 했다가, 학교를 한바퀴 산책하면서 그날 그날 우리가 마시고 싶은 카페를 골라 커피를 사오곤 했었다.
지금은 후배들이 아닌, 직장동료들과 회사법인카드로 즐기는 커피타임이 있지만, 그 시절 학교에서 느꼈던 그 느낌들은 여전히 문득문득 그립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박사시절은 분명 처절하고, 조금은 찌질하고, 비극적인 순간이 많으나, 그만큼 눈물과 땀으로 '졸업'이란 과정을 지나오면 분명 멋진 추억이자 경험, 그리고 커리어로 남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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